우연히 인터넷을 뒤지다 "제비네사람들" 이라는 카페에서 한드미를 다녀가신 분의 글이 있어 퍼 왔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여유롭게 하는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로 빠듯한 날들을 보내는 이들에게는 자연으로 떠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것도 가족과 함께 떠나는 일보다는 교회나 유치원, 학교에서 단체로 떠나는 일이 많다. 그래도 그 기회는 다른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갖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소백산으로 들어가는 입구, 소백산 등산을 목적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곳이 있다. 그곳은 다름 아닌 충북 단양군 가곡면 어의곡리 한드미마을. 소백산에서부터 내려오는 계곡을 옆에 끼고, 풍요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이 마을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참 여유로워 보이는 농촌의 풍경이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곳이다.
한드미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입간판과 함께 정겨운 마을 풍경이 나타났다. 아이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은 유치원에서 놀아야 할 아이들이 이곳 소백산까지 어인 일일까? 아이들은 여행을 온 단체의 식구들이었다.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 바쁜지,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목소리가 왁자하게 들여왔다. 경로당 앞에 있는 다목적회관에서 아침식사를 마치고 뛰노는 아이들은 염소에게 풀을 먹이기도 하고, 잠자리와 개구리를 관찰하느라고 제각기 바빠 보였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과는 달라 보이는 아이들. 집에서는 컴퓨터나 게임기를 들고 있을 아이들이, 여기서는 동물들과 어우러지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치기놀이를 하면서 뛰어다니느라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였다. 염소 먹이도 제가 먼저 주겠노라고 다투어 줄을 서고, 감자를 캐러 가는 행렬에는 일등을 하겠다고 달음질을 친다. 더위 따위는 이들에게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차가운 계곡 물에 더위를 식히고 난 뒤에 아이들이 간 곳은 옥수수삼굿구이를 하는 곳. 커다란 구덩이를 두 개 파 놓고, 한 곳에는 불을 지펴 놓았다. “뜨겁다, 조심해!”라는 소리는 귓등으로도 안 듣고, 구덩이를 들여다 보던 아이들은 옥수수를 고르라는 말에 경쟁이라도 하듯 껍질부터 벗긴다. 껍질을 벗기면 안 되는 것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 풍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정 이장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면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한쪽 구덩이에 옥수수를 넣고는 ‘삽질’을 하라는 소리에, 힘 깨나 쓰는 장정이라도 되는 듯이 삽을 들겠다는 아이들. 하지만 어른들의 몫이었다. 옥수수 구덩이를 덮고, 이번에는 불을 지핀 구덩이를 덮었다. 여기저기서 연기가 새어 나오자 정 이장의 목소리가 바쁘다. “연기가 안 나오게 해야지요!” 나중에 먹을 옥수수를 익히는 삼굿구이지만 입맛을 다시는 아이들 속에서 어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미 있다고 삽으로 흙을 퍼 담았다. 땀이야 흐르건 말건 연기가 새어 나올 기세만 보이면 푹푹 흙을 담아 나르는 모습이 한 편의 코믹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즐거웠다. 정 이장은 “옥수수뿐 아니라 고구마, 밤, 단호박 등을 넣어서 익힐 때도 삼굿구이를 하면 맛이 더욱 난다.”며 ‘한드미웰빙작곡밤호박밥’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야말로 몸에 좋은 것은 다 들었으니, 한 번 먹어봐야 할 것만 같았다. 우여곡절(?) 끝에 삼굿구이로 익힌 옥수수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이번에는 ‘요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름하여 ‘오색수제비 만들기’. 오늘 점심이 수제비인 것은 틀림없지만, 오색으로 물들인 반죽을 떼어서 자기만의 작품(?)을 만들어야 수제비를 먹을 수 있단다. 밀가루반죽은 검은콩으로 색을 낸 보라색도 있고, 겨자나 단호박으로 색을 낸 노란색도 있다. 이렇게 해서 여러 가지 색깔의 수제비 반죽을 떼어 놓으면, 아이들이 손으로 떼어서 재미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 요리도 하면서 놀이도 하는 셈이다. 아이들은 자기가 만든 작품(?)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이색적인 수제비도 맛있어 하며 어느 때보다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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